임성남 전 외교부 차관이 최근 카자흐스탄의 2024년 경제 정책 방향과 한-카자흐스탄 경제 협력 전망에 대한 분석에 대한 기고문을 발표했다.
임 전 차관은 양국 외교 및 경제 협력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로서, 이번 기고문을 통해 카자흐스탄의 최신 경제 동향과 양국 간 협력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심도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했다.
다음은 기고문의 전 내용이다.
카자흐스탄에 대해 갖고 있는 한국민들의 일반적인 인식은 무엇일까?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중앙 아시아의 내륙국가’, ‘고려인들이 살고 있는 나라’ 등과 같은 이미지를 떠올릴 것으로 생각된다.또 2024년에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우리나라 여행객이 약 40,000명에 불과하다는 사실로부터도 카자흐스탄은 한국민들이 아직 친숙하게 느끼지 않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과 카자흐스탄 간의 협력 관계,특히 경제 분야에서의 파트너십은 두 나라 사이의 상호보완적 산업 구조를 기반으로 급속히 성장해 왔다. 1992년 외교 관계 수립 당시 11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양국간 교역액은 수교 33주년인 2024년에는 약 31억 달러에 달해 280배로 성장하였다.또 카자흐스탄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누적 투자액은 2024년 기준 약 105억 달러로,광업,금융업,건설업,부동산업 등을 중심으로 진출이 이루어져 오다가,최근에는 제조업 부문으로 투자가 확대되고 있으며,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5개국 중 한국의 최대 교역· 투자국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그러면 한-카자흐스탄 경제 협력 관계의 장래는 어떤 모습일까?그 해답의 실마리를 금년 1월 28일 토카예프 대통령이 주재한 카자흐스탄 정부의 경제 부처 확대 고위급 회의 결과에서 찾아볼 수 있다.카자흐스탄 정부는 2050년까지 세계 30위권의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GDP의 20% 및 재정 수입의 50%에 달하는 원유,가스,자원 분야 중심의 경제 구조 선진화를 위해 제조업 육성 및 산업 다각화를 적극 추진해 오고 있다.
물론, 17종의 희토류를 포함하는 은,구리, 우라늄,아연 등 광물 자원의 부국(세계 은행 추산 총 매장량 가치:약 46조 달러)이라는 천혜의 이점 및 또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교통과 물류의 허브(hub) 국가라는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나가면서,카자흐스탄 정부는 작년 9월 말 현재 127억 달러에 달했던 해외 투자를 다양한 산업 분야에 더욱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금년에도 많은 노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조 위에서,토카예프 대통령이 주재한 확대 고위급 회의 결과 중 특히 우리의 주목을 끄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첫째,작년에 거의 6%의 성장율을 달성한 제조업 분야에 대한 카자흐스탄 정부의 중시 정책은 지속,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둘째,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차원에서,구형 화력 발전소 현대화,원자력 발전 등 에너지 분야 고도화 정책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셋째,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및 AI 활용을 통한 물류,교통 시스템 등의 지속적 혁신은 카자흐스탄 정부의 중점 경제 목표로서 향후 더욱 중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11월 서울에서 개최된 한-카자흐스탄 외교장관 회담 계기에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은 무랏 누르틀레우(Murat Nurtleu) 카자흐스탄 부총리 겸 외교장관에게,카자흐스탄의 에너지· 플랜트,공급망,자동차 제조 분야에 한국 기업의 지속 참여를 위한 카자흐스탄 측의 협조를 요청하였으며,누르틀레우 부총리는 한국 기업의 원활한 비즈니스를 위한 관심과 지지를 약속하였다.
또 동 회담 계기에,양측은 에너지· 인프라 등 전통적 협력 분야는 물론 앞으로 협력 잠재력이 높은 과학기술· 디지털· 환경 분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특히 카이스트(KAIST)를 모델로 한 카자흐스탄 과학기술원 설립 및 온실가스 감축사업 본격 추진 등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한편,카자흐스탄 남부 알마티 지역의 발하슈 호수 일대에 추진키로 한 제1기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이 작년 10월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70%가 넘는 찬성표를 받은 이후,올해 2월 1일 토카예프 대통령이 에너지부 장관에게 원전 건설 가속화를 당부하면서 동시에 제2차 원전 건설을 위한 타당성 검토를 지시했다고 한다.특히,한국수력원자력이 카자흐스탄 원자력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의4개 예비 사업자 중 하나로 선정된 만큼, 한국과 카자흐스탄 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원자력 분야의 협력으로까지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작년 11월 한국에서는 “형제 국가 카자흐스탄” 이라는 책자가 발간되었다.한마디로 한국과 카자흐스탄 간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고,이를 기반으로 두 나라가 앞으로 디지털 시대의 진정한 동반자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는 미래상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에는 특히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의 한국 내 개최가 예정되어 있고,동 계기에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한국 방문도 예상되고 있다.그러한 과정에서,금년 초 토카예프 대통령이 강조한 카자흐스탄 경제 발전의 지향점들이 한- 카자흐스탄 경제 협력 관계의 내실화에도 의미 있는 기여를 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